2009년 05월 21일
박쥐(Thirst, 2009)

퇴근 후, 팝콘과 콜라, 핫도그를 바리바리 싸들고 박쥐가 상영 중인 한 멀티플렉스 극장 안으로 들어가 가장 뒷자리에 자리를 잡아 핫도그로 식사를 하며 박쥐를 관람했습니다. 화면 가득 선혈이 낭자하고 유쾌하게 볼 수 없는 장면들이 화면에 비쳐졌지만 저는 꾸역꾸역 팝콘 한통을 비우고, 핫도그를 처리하고, 콜라에 녹은 얼음물까지 모조리 마신 후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재미없어, 중간쯤부터 슬 잠이 오더라... 라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들 사이로 제가 떠올린 생각은,
혼자 영화를 보러 오길 잘했고, 무엇보다 말 그대로 영화를 보러 오길 잘했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친구에게 박쥐를 재밌게 봤다, 전화를 했더니 옥빈이 찌찌가 그렇게 좋더냐- 며 저를 놀리더군요. 가차없이 욕을 한 후 전화를 끊어버리고 싶었지만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본 건 의외로 송강호에 대한 연기보다는 김옥빈을 보는 재미였습니다. 중간중간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은 으스스한(어색함을 과장한 표현) 그녀의 연기가 피가 튀기는 화면보다 더욱 더 스크린에서 눈을 돌리게 만들 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현(송강호)를 유혹하는 태주(김옥빈)의 표정이라더니 그 묘한 색기는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영화를 보고 난 후 과연 태주가 진심으로 상현을 사랑했던 것인지, 아니면 다만 지금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한 출구로서 상현을 이용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후자인 것 같긴 합니다(달수 아저씨와의 에피소드도 그렇고, 엔딩에서의 대사도 그렇고).

태주가 뱀파이어가 되기 전과 후의 변화가 크다는 것에 비해 상현의 경우에는 그 변화가 굉장히 느릿느릿하게 찾아옵니다. 뱀파이어의 피가 원하는 쾌락과 갈증에 대한 욕망에 스스로를 변화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기는 하지만 인간으로서, 신부로서의 자신은 끝끝내 잃지 않았죠. 스스로는 신부도, 수사도 아니라고 했습니다만, 마지막을 정리하는 모습은 역시 신부로서의 모습 그것이었습니다. 그 유명한 성기노출 장면이 바로 그가 보여주는 인간성의 잔재다- 라는 의견이 많던데, 저 역시 동감하는 부분.

엔딩씬은 정말 좋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말을 하자면 위에서 최대한 내용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부분에 대한 글들이 다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니 별 말 못하겠습니다만.
내일은 터미네이터 4가 개봉하는 날이라고 하더군요. 천사와 악마를 볼까 했는데 내일도 슬 혼자 나가서 슬 야식을 먹으며 또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올지도.
퇴근 후에 영화 한 편, 그리고 집에서 씻고 잠. 하루가 꽉 차는 느낌이군요. 야식만 줄이면 좋을텐데-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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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05/21 00:56 | movie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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