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할 시간이 많이 없습니다. 진득하게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출퇴근 오가는 시간동안 아이팟에 뭔가를 넣어서 보자는 생각에 주말에 친구집에 있는 MP4 파일 모음 폴더 중 하나를 선택해 아이팟에 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상사에게 욕을 욕을 들어가며 결국 하루만에 끝편까지 달리고야 말았습니다.
아라가키 유이, 흔히
각키라고 통칭되는 그녀가 정말 예쁘게 그려진 7부작 일요극장,
아빠와 딸의 7일간 입니다.
각키가 88년생? 89년생 정도로 알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굉장히 어린 것 같지만 그래도 20대를 넘긴 성인의 나이입니다. 제가 얼마나 나이를 처먹었나 엄청 실감이 되는 사실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 드라마가 방영되었던 2007년에도 그녀는 성인의 나이, 그리고 또래보다도 장신인 그녀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세라복이 어울린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어지네요. 요즘 유행하는 말로 러블리 페이스, 라고 칭하면 좋을 듯 한데 사랑스러움이 뚝뚝 묻어나오는 얼굴로 어울리지 않는 아저씨의 모습을 표현하는 그 언밸런스함에서 모 취향의 아저씨들의 심장을 두드리는 매력이 있는 듯.
아라가키 유이의 출세작이 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제가 봤던 각키의 모습 중에서는 가장 인상적이면서 기억하고 싶은 모습이었습니다.
국내에서 일본배우가 인지도를 얻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면? 그것은 바로, 아이돌인가, 아이돌이 아닌가- 정도겠지요. 쟈니스로 대표되는 일본 아이돌 연예인들 사이에서 이제 50을 바라보는 중년의 배우를 눈여겨보기엔 블링블링한 아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흔히들, 1분기부터 4분기로 구분하는 일본의 드라마 사이클에 포함되는 드라마에서 그의 얼굴은 조금은 낯설려나요? 저 역시 제가 여태껏 봐왔던 일드에서 타치 히로시의 얼굴을 구경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그의
필모그라피를 찾아봤는데 역시 내가 본 드라마나 영화는 없더라구요. 아딸칠- 에서는 꽤나 귀여운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데 왠지 필모그라피에서 느껴지는 배우로서의 모습은 꽤나 묵직하고 비장감있는 역할을 많이 한 배우인 듯 싶습니다.
이 드라마의 내용은 이겁니다. 부녀인 카와하라 코이치로(타치 히로시)와 카와하라 코우메(아라가키 유이). 말걸기 어렵고, 아저씨 냄새를 풀풀 풍기는 아버지가 꺼려지는 사춘기의 딸과, 그런 딸에게 쉽사리 다가서지 못하는 소심한 가장인 아버지가 모종의 사건을 계기로 서로의 신체가 뒤바뀌게 되면서 각자의 역할에서 서로를 이해해 간다는... 일요일 아침에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며 훈훈한 미소를 짓게 만들어주는 그런 드라마입니다.
역시 이 드라마의 백미는 아저씨로서의 정체성이 확고한 여고생과 핸드폰을 목숨 다음으로 소중하게 여기는(아니, 목숨, 좋아하는 선배 다음일려나) 여고생의 마음으로 회사에 다니는 50세 중년 아저씨가 겪어야 하는 에피소드들에 있겠지요. 딸이 좋아하는 남자친구와의 데이트에 딸인양 행세를 하며 데이트를 하는 아버지의 심정이라던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회사 사람들과 협동해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 딸의 고난이라던지, 그런 와중에 여자로서 다가오는 엄마를 밤마다 상대해야 하는 딸의 심정은 좀 헤아리기 힘들지요.
어쨌든 일드는 보통 11부작이라는 편견을 깨고, 제목처럼 7일만에 깔끔하게 완결을 맺은 드라마였습니다. 내용상 군더더기도 없었고 만족할만한 결말이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코우메 역할의 각키를 보고 싶었었는데 너무 깔끔하게 완결을 내주니까 더 기대하기도 힘들더군요. 혹시나 스폐셜로 뒷이야기가 더 있진 않은가 기대해 오늘 검색해보기도 했었는데, 역시나 깔끔하더군요. 그딴 거 없음- 하고 알려주시는 착한 네이년.
그래서 이 드라마 때문에 현재 각키가 출연하고 있다는 스마일- 이란 드라마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아직 1부만 봤는데, 이거 또 꽤나 우울할듯한 분위기. 뭐, 완결이 나질 않아서 조금은 기다려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네요.